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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폭탄이 원전을 늘리면 된다는 이유는 해먹을 결심?

이정윤대표
2023-02-08
조회수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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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가 급등했다. 가스비가 38.4%나 올랐다지만 체감은 몇 배가 오른 느낌이다. 사실 이렇게 난방비가 급등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시민이 어리둥절하다. 정부는 서민 감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탓인지 지난 탈원전 정부에게 책임을 돌리며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가스비나 전기요금은 모두 에너지 수입 가격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므로 해외 수입 가스비가 많이 올랐어도 물가를 고려해 일시적인 적자를 감수하며 지탱해야 하는 공공성이 강조된다. 특히 취약계층은 난방비가 급격하게 오르면 고충이 심하다. 도시가스 요금을 내지 못해 가스가 끊긴 집만 2만6천가구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2021년 자료이므로 최근 가스가 끊긴 가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에너지복지사업은, 지역난방이 민간 사업자인 경우가 많아서, 난방비 감면대상이라 하더라도 할인 혜택을 못 받는 지역난방 임대주택 가구는 연간 10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취약계층에 대한 세밀한 배려 없이 난방비를 올려놓고 서민들이 동요하자 허둥지둥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늘린다고 뒷북이다. 가스공사 적자를 보전한다며 사전 대책 없이 난방비를 잔뜩 올려놓고 나 몰라라 하며 지난 정부 탓만 하는 당국의 무책임한 모습은 과연 어떤 의도일까.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싼 에너지 가격을 바탕으로 소비중심형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에너지 소비가 큰 중화학 공업이 국가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최대 기후 악당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영국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인 클라이밋홈 뉴스는 2016년 4월 기사에서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기후악당국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영국 엠버지를 인용한 한겨레신문 2월1일자에서 우리나라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 순위는 호주(4.04톤)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였고 중국(3.06톤)보다 많이 배출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는 2030년까지 30% 목표였으나 친원전 정부 들어서면서 21.6%로 하향조정 되었고 원전 비중은 20%에서 34%로 늘어 원전 중심 정책으로 회귀하였다. 이는 소비를 진작시키는 기업친화형 정책의 전형일 뿐이며 결과적으로 환경파괴를 초래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하는 후진정책에 불과하다.

   

친원전 정부에 의해 적극 추진하는 원전정책은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생산한다는 전형적인 에너지 소비형 정책이며 세계에너지 정책 방향과는 반대이다. 세계에너지 시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다. 원전안전도 문제지만 사용후핵연료도 골칫거리다. 우리가 평소 연간 방사선 피폭한도가 1mSv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내부 핵연료가 녹아떨어진 부위는 시간당 5백만mSv의 방사선이 나오고 있다. 고방사선으로 인해 로봇조차 접근할 수 없어 파괴된 잔해정리도 못 하고 있다. 이런 고독성 핵연료는 전국에 19,000톤이 쌓여 있다. 실제 고준위방사성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10만 년은 처분해야 하는데 안전을 검증할 수 없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책 없는 핵폐기물 생산을 앞으로 계속해야 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1일 영국 석유회사 BP(British Petroleum)의 에너지전망을 보면 원자력과 바이오연료의 2050 탄소중립 기여도가 미미하다고 발표했다. 국제에너지당국(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 매년 1천조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거대한 재생에너지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남들보다 3배 전기를 많이 쓰는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전기를 3배 작게 쓰는 경우 후자가 요금이 높아도 훨씬 바람직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는 요금이 높더라도 저소비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기요금이 비싸도 단열재나 고효율 기기를 지원하는 등 에너지소비 억제를 위한 재투자로 산업구조를 더욱 다양하고 고도화할 수 있다. 전기요금을 올리고 전기를 적게 쓰도록 투자를 지원하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므로 매우 효과적이다. 따라서 전기요금이나 가스비를 올려서 에너지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난방비 사태를 보면 정부대응이 이런 합리적인 정책 방향과 무관해 보이니 문제인 것이다.

   

공공기능이 강조되는 가스공사 적자를 청산한다고 대책도 없이 가스비를 대폭 올린 것은 민영화 의도 외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살찌워 요리하면 가격을 높여 받을 수 있다. 민영화해주면 가만있어도 인수자가 정기적으로 인사도 할 것이다. 원전은 거래시장에서 뽓지만 최소 10%라고 한다. 10기 수출을 목표로 뛰자는 것은 1호 영업사원에게는 신나는 일이다. 해외 비밀계좌가 여러 개 필요할 수 있다. 적자는 뒤에 오는 정부가 책임지고 직원들은 봉급만 받다 퇴직하면 그만이니 수출성사만 시키면 된다. 사고 나도 개인이 책임지는 일은 없다. 지지율도 확 오르니 수출한다면 뭐를 해도 오케이다. 수출 성공보상만 있고 실패 책임은 없다. 튀르키예는 지진이 심한 지역이다. 2월 7일 7.8 규모의 강진이 발생해서 2만명 이상 사망자가 예상된다. 지진발생 일주일 전 한전사장은 불의 고리 인근에 원전건설을 위해 튀르키예 에너지장관과 만났다. 돈 안 된다고 포기한 지역이므로 한국 약점을 잘 아는 미국은 상당한 뽓지만 집어주면 튀르키예에 한국의 원전수출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쉬우면 또 찾아올 것이다. 그때 또 왕창 씌우면 된다. 튀르키예는 건설비 40조원 모두 한국이 투자해주면 전기요금으로 장기 보상한다는 전략일 것이다. 선투자한 막대한 건설비는 원전사고시 담보로 작용할 것이고 장기 채무자가 된 튀르키예 발전운영사는 되레 큰소리칠 것이다. 한국은 혼자 바가지 쓰기 싫으니 UAE나 사우디 같은 나라와 건설비를 공동 부담하는 동반 수출을 추진하지만 설득은 어렵다. 

   

난방비 폭탄을 지난 정부 탈원전 탓으로 돌리면, 비판도 면하는 동시에 무리한 원전 중심 정책도 지지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나온다. 결국, 이 모두가 권력자의 “해먹을 결심”의 소산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감시하지 않으면 부패하기 쉬운 권력자에 대하여 한층 더 강화된 시민감시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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