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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위험성과 시민사회의 역할 2

이정윤대표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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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벗으려면 그동안 원자력계가 영구처분시설을 구축하려는 어떠한 노력을 했냐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노력은 어떤 것인가부터 제대로 설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처럼 절대 난제가 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시민의 협조 없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정부와 국민이 함께 풀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3가지의 질문’을 통해 알아보았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하고 물어본다. 사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우리 시민사회가 아는 것은 너무 제한적이다. 대부분 우리 시민들은 스스로 터득하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의존한다. 우리는 안전 현안이 발생하면 (주)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문의하지만, 사업자로서 안전책임 당사자이므로 스스로 불리한 발언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를 부도덕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속성이다.

우리는 한수원이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민간 전문가를 수배한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은 극소수이며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전문가는 거의 없다. 아니, 사업자도 시민사회도 모두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자신 있게 취급, 저장할 방법을 안다면 벌써 해결되었을 일이다. 그나마 있는 정보조차도 한수원은 영업비밀을 핑계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현재 법적으로 정보를 조사할 수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도 사안에 대해 조사한 뒤 구체적인 브리핑도 없이 보도자료 몇 장만 공개하고 끝이다. 따라서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한 사실에 대해 현재 우리가 직접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한편으론 너무나 정보가 부족한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 것인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 사실 현재까지 수조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있으며 이 핵연료가 지르코늄 핵연료봉 안에서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며 그동안 저장된 상태가 겨우 50년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물며 천년, 만년 저장할 때 사용후핵연료의 거동을 예측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되물어 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 속에서 인류와 핵연료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영구적으로 정말 가능한 일인가? 어쩌면 영구처분에 포함된 영원이라는 것은 우리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하다.

두 번째로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이다. 이러한 사용후핵연료와 핵폐기물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에게 문의해 봤자 매우 전문적이고 답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업자이며 안전책임 당사자인 한수원에게 질의하고 안전을 논하는 것은 객관성 결여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용후핵연료는 우리 인류에게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이다. 그냥 사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둘 수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으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아닐 수가 없다. 원자력이 국가사업이라고 해도 만일의 사고 시 피해는 시민이 당한다. 그러므로 실제적인 문제의 결정 과정에서 시민을 빼놓을 수 없는 민주적 당위성이 있으며 추진하는 모든 측면에서 시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과 권한을 놓치면 안 될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에 규정된 안전을 요구할 권리이다. 어느 정치인이 언급했듯이 주권자인 시민이 이 문제를 두고 요구하지 않고 권리 위에 잠만 잔다면 아무도 우리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분야는 특히 시민참여가 중요해진다. 경주 방폐장 결정 과정에서 신뢰가 깨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동굴처분시설 모형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사진 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56738.html)
돌고 돌아 결국 정해진 경주방폐장으로 정했지만, 그 위치는 지진대와 가깝고 지하수가 올라오는 부지였으며 방폐장으로 정하기에 적합한 조건이 아니었다. 지역지원금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제대로 된 정보제공도 없었던 당국을 탓하기 전에 시민 스스로 당국을 너무 믿었던 것이 초래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소중한 경험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결정 과정을 보면 시민에게 주어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으며 단지 지역 지원금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민주적 결정 과정이라면 고준위방폐장 결정 과정에서는 반드시 절차적인 정당성을 갖추도록 추진 절차를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할 일이다.

지역지원금의 경우 처분장이 들어서면서 수천억 원이 지역에 지원되었지만, 이 금액은 결국 ‘아주 싸게’ 안전과 바꾼 것이다. 일부 지역에 주어지는 지원금은 만일의 사고 시 해당 지역에 피해가 국한되지 않는 문제가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지원금은 지자체로 지원되어 합리적으로 사용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부지선정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안전은 인권이며 적용되는 안전의 수준이 인권의 수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안전의 수준을 정한다면 민주시민의 인권이 유린당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고준위 방폐장의 결정 과정에는 깊숙이 시민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며 사업자가 편의에 따라 형식적인 절차를 만족시키며 추진하는 일방적인 추진방식은 철저히 따지고 묻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민주시민의 권리를 민주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법적 유일의 독립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인허가 기능에 추가하여 온전한 정보공개와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이 의무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즉, 독립적인 조사권이 있는 원안위는 조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국민이 안전을 확신하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안전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사업자 의견도 중요하지만, 독립적으로 신뢰성 있는 객관적인 안전 의견을 제시하는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원안위의 중요한 기능은 사업자가 아닌 시민 안전을 위한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며, 원안위의 기능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 주권자로서 철저한 시민감시가 필요하다.

마지막 세 번째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대하는 세계 각국 사례를 보아도 시민참여가 매우 활발함을 알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안전하다고 인정된 처분장 부지임에도 단 한 사람의 주민이 합당한 이유로 반대한다고 처분장 부지를 확정하지 않고 보류한 바가 있음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이 사례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 문화 수준은 쉽게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없는 많은 장애요인이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투명하고 지속할 수 있는 안전 문화를 조속히 구축하여 이를 개인과 공동체와 국가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서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가치를 높이는 진정한 에너지가 미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핵심은 모든 단계의 의사결정과정에 시민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확고한 절차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과정은 매우 힘든 과정이겠지만 결과는 무엇보다 튼튼한 안전문화를 낳을 것이므로 시민들도 이를 위해 스스로 참여를 통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정말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 당장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러기에 핵 안전을 위한 많은 그리고 다양한 민주적인 활동이 필요해진다. 동아리 모임부터 단체참가, 스터디그룹 활동, 등등 자발적인 시민참여 활동과 노력을 통해 민주적인 시민참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며 강력한 핵안전 감시활동에 따라 범죄가 발붙이기 어려운 보다 투명한 사회, 안전한 사회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세계적인 모범국가가 될 수 있는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쌓아 올린 깨어 있는 시민의 민주적인 역량과 역할에 의해 핵으로부터 우리 안전을 확고히 지키는 안전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더욱 안전한 국가로 들어설 수 있음과 동시에 후세들에게 위험한 사회가 아닌 고도의 안전한 문명사회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한겨레:온(http://www.hanion.co.kr)/ 시민시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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